발표일자 및 장소: 2014년 04월 30일, Art Center
주제: 디자인전략 프로세스
발표자: 디자인전략팀 서정훈이사
최근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전략이라는 개념이 디자인 분야에까지 확장되어 적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디자인 전략은 디자인 브랜딩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건축디자인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건축가의 고유영역이었던 건축설계 부분까지도 브랜딩이나 공간디자인이라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분리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영역의 전문회사와 협업하는 것이, 마치 더 좋은 품질의 건축서비스를 제공하는 건축가로 인식되기도 하는 시절이기도 합니다.
브랜딩이란 개념 자체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경쟁자들로부터 차별화하여 구분 짓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이라는 정의되어집니다.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이 인류의 문명마저 퇴보시키는 무한경쟁의 여파가 건축설계영역을 비켜갈리 만무합니다. 경쟁, 불안, 과도한 상업성 등으로 왜곡된 욕구가 건축주의 판단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건축가를 선정하는 건축주의 기준도 더욱 다양해 진것이 현실입니다. 1:1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작업의 과정, 그 근본적인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파트너로서의 건축가인가하는 전통적인 선택기준은 물론,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다른 무엇을 소유하고 싶다는 자극적 요구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역량 또한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구현되지 않은 건축이 과연 좋은 건축인지 묻습니다. 건축주 없는 건축물이 있는지 묻습니다. 여러 외국 건축가의 어려운 정의를 굳이 빌지 않더라도, 실존 이전에는 가치를 논하기 어려운 분야가 건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상주의적인 비판보다는, 더욱 다채로운 가치수용의 필요성과 더불어 변화의 방향에 대하여 질문하는 자리를 갖고자 합니다. 건축주를 리딩하며 파트너쉽을 얻어내는 능동적인 대처의 필요성에 대하여 다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 전략이란
전략(Strategy)이란 단어는 원래 전장에 출정한 장군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이후 1799년 프랑스의 군사상가 기베르(Guibert) 백작이 La Strateguque 단어를 사용하면서부터 현재의 의미로 사용되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투의 이미지로는 영화 ‘브레이브 하트’나 ‘300’에서와 같이 재래식 무기를 들고, 상태편이 모두 죽거나 도망가도록 몇날 며칠이고 싸우는 것일 것입니다. 하지만 고대에 이런 전투는 실재로는 아주 적었으며, 인류 이래 수도 없는 그 전쟁들에서 모두들 그렇게 죽거나 다쳤다면, 지구에는 이미 인류란 씨가 말라버렸을 거라고 합니다.
실제 대부분의 전투는 삼국지를 연상하시면 맞다고 합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군인은 물론 논갈고 밭가는 농부들은 물론, 칼 ㅎ나자루 겨우 들 수 있는 어린 청소년까지를 모두 모아 너른 벌판으로 이동합니다. 상호 수적인 동등함을 확인하게 되면, 서로를 인정하고 대표 장수 한명을 내 보내서 대리전을 치루게 합니다. 관우고 장비고 몇날 며칠을 적장과 싸웠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바로 이런 이야기들이며, 이 대표 장수의 생사가 그 전쟁의 승패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뒤돌아가서 생계를 다시 이어갔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장수(장군)였으며, 최고의 전략이었다고 합니다. 조조가 왜 그렇게 관우에게 목을 메고 구애를 했는지도 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경영학에의 전략
이러한 군사용어가 현대 경영학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전략경영의 선구자로 알려진 H. Igor Ansoff가 1965년 그의 저서 「기업전략 Corporate Starategy」가 효시라고합니다. 비즈니스에서의 전략은 기업이 시장에서 하는 군사행동으로, 기업이 경쟁하는 영역과 경쟁방식, 기업이 달성하려는 목표를 의미하는 것으로, 특정 시장에서 원하는 대로 포지셔닝을 하기 위해 세워진 독특한 전략을 일컫습니다. 이는 기업 특유의 강점을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모두 다르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경쟁적인 현실에 기초를 둔, 더욱 역동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전략을 수립하기 전에 기업은 반드시 비전을 명확히 선포해야하며, 기업을 이끌고 힘을 집결하게 될 비전은 다음의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포함해야 합니다. ‘①우리는 누구인가 ②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③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그곳에 이를 것인가’에 관한 것어야 합니다. 비전은 포괄적이라기보다는 한정적이어야 합니다. 다만, 상황에 맞춘 전략 조율은 필수적이며, 변화 없이 성공한 전략은 없습니다. 전략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 경영자의 중요성은 다시 강조되어집니다. 고대의 전쟁터에서 훌륭한 장수가 필요했던 것처럼, 기업은 훌륭한 리더가 필요하게 되었으며, 이 리더가 전략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훌륭한 리더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필요할 때 진로를 변경하는 능력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르고 닳게 듣는 이름이지만, 그래서 이러한 대표적인 인물로 사람들은 Apple사의 스티브 잡스를 꼽습니다.
3. 정보역량계층구조
과거에 정보는 권력이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가 권력의 척도였으며, 왕정시대에 그 권력을 왕에게 집중시키기고 유지하기 위해서, 시민들에게는 끊임없이 정보를 차단하고 단절시켰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도를 그리거나 하는 일은 죽음에 이르는 대역죄였으며, 특정 계층에만 교육을 실시했던 배경이라고 합니다. 예술사에서 르네상스가 예술의 대상이나 관심을 신으로부터 인간에 내려놓은 것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정보의 유통에 제약을 없앴으며, 이제는 정보의 양보다는 질이, 그리고 데이터-정보-지식-지혜의 정보역량계층 구조에 따른 고부가가치 창출가능여부가 더 큰 경쟁력으로 받아드려지고 있습니다.
통제가 불가능해진 정보의 홍수는 오히려 정보 다이어트를 요하게 되었으며, 현세의 신흥 권력층은 예전과는 반대로 너무 많은 정보를 흘려 사안들을 단편화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은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는 물론 정치 성향까지 꼼꼼하게 분석해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맞춤형 정보는 개인의 생각을 오히려 제한하게되며, ‘일라이 패리서’는 사람들이 점점 편협한 정보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는 이런 부작용을 ‘필터버블(Filter Bubble)’ 이라 명명합니다. 이런 부작용으로 개인들은 정보왜곡과 확증편향에 시달리며, 더욱 견고한 오해와 단절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사회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정보의 대중화는 배려와 소통이 아닌 경쟁과 단절로 치닫는 어두운 면이 공존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편견에 아첨하지 않는 신문은 사서 보지도 않는다.
따라서 그들이 얻는 지식이라고는 자신의 편견과 격정을 확증해주는 지식뿐이다.”
「버트런드 러셀」
4. 정보역량 기준의 건축업무 유형
건축의 미적 완성도 바탕에는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에 대한 요구와 철저한 기술적 검증을 요구합니다.그러한 이유로 건축은 예술과 과학의 경계선상이나 둘 중의 그 어느 한쪽으로만 규정되어질 수 없는 고유한 인문학적 활동입니다. 음악이나 미술의 장르구분이라는 것이 편의에 의한 재구성으로, 그 본질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신다면, 정보의 비대칭 정도와 전문성이라는 관점으로 간단하게 최근의 설계업무 유형를 구분해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4.1. Master Architect의 시대
어찌보면 건축가들의 로망이던 그 시절, 이름 만으로도 존경과 인정을 받던 그 배경에는 월등한 정보력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세계 여행이 힘들던 시절, 책과 아뜰리애 에서 보낸 시간을 완성하고 정리하기 위해 떠난 던 배낭여행만으로도, 건축가는 건축주에게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와 건축적 상상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극심한 정보비대칭과 이를 통한 우위는 건축주에게만 작용한 것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작용하지 않았을가 싶습니다. ‘선생님’으로 존경하고 문하생으로 행복해하던 그 이면에는 역시, 문득문득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건축적 상상력이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지만, 대가의 아뜰리애의 명성은 온전히 대가의 것으로, 그 문하생들에게 이런 권위는 전달되거나 공유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건축가의 제안 역시 건축주의 동의를 얻는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대가들은 그 나름대로의 고통스러운 작업이 있었음이 분명하지만, 이미 부여된 전문성과 권위로 건축계획안을 설명하는데 충분하였으며, 그렇게 많은 CG와 수사적 어휘들이 필요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왠지 대가의 스케치 한 장으로 미루어 짐작하며 경탄하는 역할이 건축주의 기쁨과 소양이 아니었을까요.
4.2. Design Team
역사속에서 시민사회와 대중의 등장은 정보의 유통과 지식의 확산을 만들어 냈듯이-시대적으로야 차이가 나겠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역학관계를 정보력에 빗댄다면-, 건축가와 건축주의 다소 완화되고 작아진 정보력차는 디자인팀 구성원 개개인의 정보차를 조합하고 확장하여, 기존의 정보 비대칭정도를 유지할 필요를 만들어 냅니다. 대가의 스케치 한 장을 충실하게 도면으로 만들어줄 직원 10명 보다는, 부족하거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보완하고 채워줄 수 있는, 그러나 여전히 어느 정도의 결정권의 위계는 존재하는, Team 형태로 건축주를 대응하게 됩니다. 명성이나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 고유한 스타일의 고집보다는, 조금은 더 다양한 형태의 아이디어와 건축적 해법을 제시하므로서 전문성을 유지해 나가게 됩니다.
4.3. Project Management
여타의 모든 인간의 활동을 규정하는 학문이 그러하듯이, 건축 디자인 작업의 여러 분야와의 합종연횡 및 이종결합은 불하피한문화활동이 되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막강한 자금력으로 정보력으로 무장하고 나타난 건축주에게, 디자인 제안이란 여간해서 동의를 얻기 힘들어지고, 감동을 주기는 더욱 더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House Architect는 물론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건축주 그룹과의 정보역량의 물리적인 양적 차이는 비교가 무의미해졌습니다. 대형 건축주의 TFT는 더 많은 사례를 직접 보고 경험까지 한 터라, 섣부른 몇개의 해외사례로는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이에 프로젝트 단위로 여러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건축디자인을 해 나가고, 이를 통해 다른 분야의 다른 접근을 통해서 건축제안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안되는 프로젝트들이 생겼습니다. 이런 필요로 수십개의 해외지사까지 건사하는 대형 설계회사가 등장하였으며, 현재 전세계 건축설계 시장의 상위그룹에는 대부분 이러한 회사들이 자리잡고 있는 현실입니다.
4.4. OMA AMO
최근 이 다음 단계로의 전환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완성도를 높혀나가고 있는 조직으로는 OMA내에 AMO라는 조직을 들 수 있습니다. 50여명의 인원으로 운용 중이며, 미국의 Harvard, 러시아의 Strelka, 네덜란드의 Berlage와 같은 건축학과 학생들과 공동 리서치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사무실 내 연구인원은 물론, 몇 배수의 사외 전문가 네트워크가 리서치를 진행하며, 그 결과물을 AMO의 성과물로 만드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주요 건축주(Prada 등) 요청에 의한 리서치 활동이 많았으나, 물론 최근 EU로부터 Energy Roadmap 2050과 같은 공동 연구과제 등을 수주하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중동,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신흥시장에 대한 지역조사를 진행하여, 그 지역에 대한 사전 학습은 물론 그 지역에 대한 OMA의 이해도를 책으로 홍보하며, 이 부분이 다시 추가리서치나 설계수주로 연결되는 구조를 확립하였습니다.(연구 주제 선정은 자유로우나 시장의 연결성은 배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는 어려우나 OMA 매출을 10~30% 정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OMA의 홍보담당자와의 직접인터뷰를 통해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Rem Koolhaas의 명성을 2선인 Reinier de Graaf와 Shohei Shigematsu 등 AMO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강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영역확장과 홍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상의 위 한 문장이 AMO 목표와 역할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디자인의 전략적 접근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론적으로 정보 비대칭성과 그를 통한 설계사무실의 업태를 구분해 본 것이지, 이게 시대적으로 단절되고 모두 산화했다거나 하는 뜻은 아닙니다. 현재 위 3가지의 형태 모두 건축설계시장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하고 있음은 이견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건축설계시장에서 예전과는 달리 국경을 초월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이러한 시장상황을 이용하여 성공적인 시장확장을 하는 설계사무실이 분명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무실들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전략을 수립한 후, 간삼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삼는 것이 적절치 않을까 생각합니다.
5. 디자인전략
이러한 시장상황의 변화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으로서의 제안이 디자인의 전략적 접근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많은 근거와 아이디어, 그리고 더 많은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정해진 시간과 비용의 제약하에서 건축주의 동의를 얻고, 궁국적으로 간삼건축이 제안하는 좋은 건축을 실현하기 위해서, 단순한 코디네이션이 아닌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여러 가지 필요의 구현 중에 하나로, 가장 단기간에 많은 간삼건축 구성원들이 활용가능한 디자인리서치의 진행을 간삼의 디자인전략 방향 중에 하나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으며, 데이터 자체만은 경쟁력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를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정리를 하여 정보를 만들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하여 구조화된 지식을 구성하고, 이렇게 구조화된 지식에 경험과 통찰이 더해진 지혜야 말로 경쟁력 우위를 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데이터의 정리기준을 만들고, 이를 구조화하여 간삼건축 내의 지식으로 연구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바로 디자인전략팀에서 하려고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나 결과물이 가장 효과적이기 위해서 건축 실무에 있던 인원들로 팀을 꾸리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구성된 지식들이 설계팀에 전달되고, 수 많은 간삼건축내의 우수한 디자이너들의 경험과 감각을 통해서 경쟁력있는 건축적 지혜로 구현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컨퍼런스는 기존의 타성을 버리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그 중 하나의 방법적 접근인 디자인 전략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떠한 결론이나 해답을 도출하기에는 어려운 사항으로 여러 가지 자료들을 두서없이 참조하고 전달하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2014. 3. from Interview with Reinier de Graaf and Marketing Manger of AMO
http://www.oma.eu/oma